며칠 전 일입니다. 새벽 도회에 참석하신 장로님들과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가까운 식당엘 갔었습니다. 그날따라 식당이 좀 한산했지만 남루한 옷차림의 50대 한 남자가 무엇에 그리 화가 나고 불만이 많은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아무에게나 욕을 하고 물건을 마구 집어던지는 등 행패를 부리고 있었고, 다른 두 팀의 사람들 역시 술이 취해서 그 사람과 일촉즉발의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혼자 식사를 하던 한 사람과 우리 일행 외에는 모두가 술이 취해있어서 그 사람들 앞에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혹시나 시비의 불똥이 우리에게 튈지도 모를 일이어서 술 취한 남자로 부터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아 그 사람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 시비를 걸고 욕지거리를 하며 싸움을 했고, 신고를 받고서 출동한 여경(女警)에게까지 욕지거리를 하여 여경과 말싸움이 벌어지는 등,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아침부터 술이 취해 그런 식으로 자신들의 분노를 풀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들이 밉기보다는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며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들면 아침부터 술에 취해 그런 방식으로 분노를 풀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 것입니다.

요즘 우리는 참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가슴은 이 분노의 공해로 가득차서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이 조마조마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걱정은 바로 이 마음에 가득한 분노, 헤어날 길 없는 절망감,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 할 수 없는 한계를 탈출하는 방법이 너무 파괴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 행패를 부리고 술이나 마약에 의존하는 비굴한 방법으로 현실을 도피하고 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신의 문제에 탈출구를 찾으려 합니다. 그런 식으로 탈출구를 찾고 문제 해결을 위해 그런 방법을 선택하여야 하는 그들의 내밀(內密)한 아픔을 우리가 다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은 해결책이 아니며 더욱 더 그건 출구가(EXIT)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공적(公的) 인물들이 그런 방법으로 문제해결의 길을 선택함으로,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고 모든 것의 해결일 수 있다는 착각이 우리 사회에 넓게 번져 가는 것 같아 더욱 더 염려스럽습니다. 심리적으로 자살은 단순히 포기가 아니라 또 하나의 해결책으로 선택하는 것이라면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아닙니다. 그건 잘못된 선택입니다. 그건 출구(EXIT)가 아닙니다. 길을 잘못 찾은 것입니다. 죽으면 그만이고 죽으면 끝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다가 수많은 위기를 만납니다. 그러나 아무리 큰 위기를 당해도 출구를 찾아 쉽게 탈출할 수 있다면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위험한 모든 곳에는 안전한 탈출을 돕기 위하여 다 ‘출구(EXIT)’가 있습니다. 출구는 캄캄한 밤중에도 식별할 수 있도록 비상등을 켜 둡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시대는 출구(EXIT) 사인이 잘못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출구를 잘못 찾습니다.

교회는 위기에 빠진 인간들의 안전한 탈출을 위한 출구(EXIT)를 가르쳐 주는 비상(非常) 표지판입니다. 탈출구를 바로 찾아 안전하게 탈출 할 수 있도록 비상등을 더 밝게 켜야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출구를 잘못 선택하기 전에 그건 출구가 아니라고 바로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