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목회하는 동기 목사님이
아주 아주 오랜 만에 전화를 했다.
대개의 경우 이런 전화는 무슨 부탁이 있거나
뭔가 물어볼 때 오는 전화이다.
평상시 자주 왕래하지 않던 분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반가운 목소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반가운 인사를 몇 수 나누었는데도 본론, 용건이 안 나온다.
그래서 성격 급한 이가 먼저 물을 수밖에.
‘그래, 어쩐 일로 이렇게 전화를 다 하셨습니까?’
그러자 뜻밖의 대답이 저편에서 들려온다.
‘일은 무슨 일, 목소리 들은 지가 오래 돼서
목소리 듣고 파서 그냥 전화했지요.’
순간,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감동이 있다.
그냥 전화했지요....
 
누군가가 예전에 그러더라.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하거나 찾아오는 친구들보다는
웬일로 왔느냐 물을 때
‘응, 그냥 왔어.’하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친구를 찾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는가?
어떤 목적과 용건이 있어야 하는가?
그냥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이들이 참 친구이다.
예수님은 나의 친구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예수님을 찾는가, 일이 생길 때만 찾는가?
예수님은 그냥 나를 찾아오시는데, 나는 바쁘다고 외면하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그 때가서야 예수님을 찾는다.
그냥 예수님을 찾아보자. 그냥 그 분께 기도해 보자.
아, 그러고 보니 전화 통화 한 번 안한 친구들이 꽤 있네...
올 해가 다 가기 전에 그냥 전화부터 한 번 하고 보자.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