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누가복음 2:41-51)
[눅]2:41 그의 부모가 해마다 유월절이 되면 예루살렘으로 가더니
[눅]2:42 예수께서 열두 살 되었을 때에 그들이 이 절기의 관례를 따라 올라갔다가
[눅]2:43 그 날들을 마치고 돌아갈 때에 아이 예수는 예루살렘에 머무셨더라 그 부모는 이를 알지 못하고
[눅]2:44 동행 중에 있는 줄로 생각하고 하룻길을 간 후 친족과 아는 자 중에서 찾되
[눅]2:45 만나지 못하매 찾으면서 예루살렘에 돌아갔더니
[눅]2:46 사흘 후에 성전에서 만난즉 그가 선생들 중에 앉으사 그들에게 듣기도 하시며 묻기도 하시니
[눅]2:47 듣는 자가 다 그 지혜와 대답을 놀랍게 여기더라
[눅]2:48 그의 부모가 보고 놀라며 그의 어머니는 이르되 아이야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하였느냐 보라 네 아버지와 내가 근심하여 너를 찾았노라
[눅]2:49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나이까 내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셨나이까 하시니
[눅]2:50 그 부모가 그가 하신 말씀을 깨닫지 못하더라
[눅]2:51 예수께서 함께 내려가사 나사렛에 이르러 순종하여 받드시더라 그 어머니는 이 모든 말을 마음에 두니라

    1.
    어느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른들이 선물을 주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 다섯 글자!” 그러자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합니다. 그런데 한 아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뭘 이런 걸 다!” 그 어린 것이 어떻게 그런 표현을 알았을까요?

    나무는 어릴 때 방향을 어떻게 잡아주느냐에 나무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시절에 그 아이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주느냐에 그 아이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부모의 손이 이래서 무척 중요합니다. 아이가 어릴 적에 그 부모가 아이의 손에 뭘 쥐어 주느냐, 아이의 손을 잡고 어디를 자주 가느냐, 무엇을 주로 보느냐에 아이의 미래가 결정됩니다.

    어릴 때부터 살인과 파괴, 테러, 격투기 같은 것들을 보여주며 심취시키면 그 아이의 미래가 어떻게 될는지 그 때까지 가보지 않아도 압니다. 어릴 적부터 평화가 뭔지, 용서가 뭔지, 사랑이 뭔지 가르쳐 주지 않으면 그 아이의 미래엔 이런 인간다운 삶의 요소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 때까지 가 볼 것도 없습니다.

    2.
    예수님 육신의 부모, 요셉과 마리아, 그들은 예수님이 12살 되었을 때에 예수님을 데리고 예루살렘에 올라갑니다. 본래 유대 남자들은 모두 일 년에 3차례 절기 때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야 했지만, 너무 수가 많아지고, 해외로 흩어져 나간 이들도 엄청나기에 포로기 이후에는 대체로 일 년에 한번 유월절 때 예루살렘에 올라갔습니다. 이 때 예수님의 나이가 12살이라고 하는데, 그 전에는 데리고 간 적이 없고,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입니다.

    유대인의 교육은 어머니의 지도로 시작되어 6세가 되면 쉐마 나 시편 중 중요한 구절을 암송하기 시작하고, 10세에 율법의 해석인 미쉬나를 배우며, 12살이 되면 아이들을 “율법의 아들”이라고 부르며 자존감을 심어 주며 본격적으로 율법을 가르치고, 18세에 이르러 율법의 완전한 수집인 게마라를 공부한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이 12살에 예루살렘에 올라갔다는 것은 그냥 올라간 것이 아닙니다. 뿌듯한 “율법의 아들”이 되어 비로소 예루살렘에 올라간 것입니다.

    부모의 손에 이끌리어 하나님의 성전에 올라왔습니다. 당대 기록에 의하면 유월절 예루살렘에 모여드는 인파는 약 백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드는 것입니다. 이들은 왜 이토록 몰려드는 걸까요?

    하나님께 제사 드리려고! 그리고는? 그냥 다시 뒤로 돌아 자기 집으로 가는 것입니다!

    제사를 끝내고 요셉과 마리아는 같은 동네 사람, 나사렛 사람들과 어울려 귀향했습니다. 당시 풍습으로 남자는 남자들끼리 어울리고, 여자는 여자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울려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하룻길을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밤에 가족끼리 모일 때 보니 아이가 없습니다. 예수가 안 보입니다! 놀란 이들은 다음 날 꺼꾸러 하루 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려오는 나사렛 동네 사람들에게 일일이 물으며 다시 예루살렘에 올라가 삼일 만에 성전에 있는 예수를 만났습니다.

    얼마나 기가 막히는가요! 애당초 아이는 따라 내려오지도 않은 것입니다. 48절, “그의 부모가 보고 놀라며 그의 어머니는 이르되 아이야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하였느냐? 보라 네 아버지와 내가 근심하여 너를 찾았노라.”

    그러자 예수께서 뭐라고 답하시는가요? 49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나이까? 내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셨나이까?”

    이 장면에서 신학자들은 예수님의 신성이 표현되어 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이 49절의 말씀은 성경에 나타난 예수님의 첫 말씀이신데, 아주 분명하게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 독생자이심을 자각하고 계셨다고 증언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성경 전체 맥락에서 볼 때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것보다 다른 것이 생각됩니다. ‘내 아버지의 집’이라고 표현하시어, 하나님을 자신만의 아버지로 불렀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볼 때 그게 다는 아닐 것입니다. 분명 어린 시절에 배운 그대로, 성전은 하나님 아버지의 집이라는 생각 하에, 어린 아이 예수님은 자기만의 집이라기보다, 모든 이들의 아버지의 집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신성(神性)이 있음으로 전자(前者)를 강조하지만, 그보다는 평소에 배운 그대로 믿는 어린아이의 순박한 신앙적 차원에서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기에 훗날에 예수님 스스로도 천국은 어린아이 같이 받드는 자, 어린이 같은 믿음이 있는 자만이 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린 시절에 배운 그대로입니다.

    성전은 하나님 아버지의 집이라고 배웠으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도리어 쭈뼛쭈뼛해 하지만, 어린아이 예수님은 그것을 그대로 믿어, 내 아버지 집이니 아버지 집에 머문 것이 뭐 잘못이냐고 육신의 부모에게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것입니다.

    교회만 오면 조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 교회만 오면 좁니까?’하고 물으니, “내 아버지 집에 오니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합니다. 교회당이 정말 내 아버지 집이라고 어린 예수님처럼 피부에 와 닿을 정도 된다면 거 믿음 좋은 겁니다.

    3.
    제 어머니는 제 어린 손을 잡고 극장가는 것을 즐거워하셨습니다. 영화를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극장에 새 영화가 들어왔다 하면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가셨습니다.

    어디 극장이냐고요? 당시 신촌에 하나 밖에 없는 극장, 이대입구와 신촌 로터리 중간에 있는 ‘신영 극장’입니다. 며칠 전 네이버 지도로 검색해 보았더니 ‘CGV 신촌 아트레온’이란 영화관으로 있더라구요.

    이 극장 앞에서 ‘여기서 기다려, 표 사올 게’하고 어머니가 매표소 갔을 때, 나는 놀다가 그만 앞으로 꼬꾸라졌는데, 정확하게 두 눈 사이의 한 가운데를 계단 모서리에 찧었습니다. “천만다행입니다. 한쪽으로 조금만 치우쳤으면 실명할 뻔 했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들으며 피범벅이 된 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뛰어갔던 제 어머니, 그 날 이후, 그토록 좋아하시던 극장 출입을 딱 끊으셨습니다. 그 사건으로 하나님께서 뭔가 자신에게 사인을 보내신다는 것을 어머니는 깨달으신 것입니다.

    그리곤 대신 내가 교회에 간다면 그렇게 좋아하셨습니다. 집안에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저 교회 가야해요’하면 다녀오라 하셨습니다.

    그 추운 겨울철에도 특별 새벽 기도 가실 때면 나를 깨워 데리고 가셨습니다. 막상 교회에 가보면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어머니는 굳이 나를 데리고 새벽 기도, 특별 집회를 다니셨습니다. 집에서 혼자 성경보시고, 찬송 부르실 땐 나를 옆에 데리고 하셨으며, 기도하실 때는 당신의 무릎 위에 나를 앉혀 놓으시고 기도하시고, 또 찬송 하시곤 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어린 나이에도 어른 찬송가를 많이 알았습니다. 뜻은 몰랐지만, 우리 어머니가 부르시던 찬송들이라 교회학교 선생님들도 잘 모르는 찬송을 나는 불렀고, 선생님들은 깜짝 놀라며 나를 이뻐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어릴 적부터 교회는 내 집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교회만 가면 모든 게 친숙했고, 교회에선 모두들 나를 인정해 주었고, 사랑해 주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영적 갈망이 심하여, 내 어머니께 ‘어머니, 나를 교회에 좀 데리고 다니세요’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내 어머니께 ‘제 영혼이 갈합니다. 찬송 좀 가르쳐 주세요’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당시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우리 엄마가 나를 데리고 교회를 다녔기에 그렇게 된 것이고, 찬송 부르고 기도하실 때마다 나를 당신 무릎 위에 올려놓고 하셨기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저 내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다닌 결과요, 그런 내 어머니의 소망의 열매입니다. 그래서 목사까지 된 것이요 평생 아버지의 집에서 살게 된 것입니다.

    4.
    오래 전에 파키스탄을 방문했을 때, 하루는 공식 선교 일정을 다 마치고 오후에 호텔로 돌아와 쉬려고 할 때 차량을 운전해 주던 형제가 자기에게 어린 아들이 있는데, 저녁에 기도해 줄 수 있느냐고 간절한 눈빛으로 묻습니다. 그래서 저녁에 호텔로 데리고 오라 하였습니다.

    시간이 되어 호텔 로비로 갔는데, 몇 명이 온 줄 아는가요? 20명이 넘게 왔습니다. 기도 부탁한 아들은 겨우 6개월 된 어린 아들 하나이고, 그 위로 딸이 5명, 그리곤 집안의 친척들까지 다 동원하여 찾아왔습니다. 왜 왔을까요?

    그 6개월 된 아기의 직계 가족은 기도 받으러 온 것이고, 그 친척들은 그게 고마워서 감사를 표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깨끗한 옷차림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모릅니다. 우리 일행에게 꽃목걸이와 선물을 하나씩 주더니, 기도해 달랍니다. 아이 이름이 Frances이기에 장차 이 아이가 평화의 사도로 주님 나라 기둥 되고, 파키스탄의 기둥 되게 해 달라고 간구하며 축복하였습니다.

    그렇게 기도가 끝나자, 그들은 감사하다고 연신 인사하며 가버렸습니다. 그러자 도리어 내가 미안해지더라구요. 기도 한 번 받으려고, 그것도 알아듣지도 못할 한국말로 하는 기도를 단 몇 분 받으려고, 생전 처음 볼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다시 볼일 없을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 한 번 하려고 화장하고, 머리 손질하고, 그 정성을 다 해 왔단 말인가요? 무슨 청탁이나 부탁도 없이, 단순히 기도 받고, 인사 하려고 온 집안이 다 동원되었단 말인가요? 사실입니다!

    그 날, 그 부모의 손에 이끌리어 정성을 다하여 찾아올 때, 그 일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자녀들은 배웠을 것입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외국어로 기도하는 외국 목사님이지만, 하나님의 사자 목사님께 기도 받고, 감사를 표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그 집안 자녀들은 다 배웠을 것입니다.

    주님께 예배드리러 나오실 때 어떠신가요? 정성을 다하십시오. 자녀들이 ‘아니, 1시간 예배드리고 오려고 이토록 정성을 들여요?’하고 의아해 할 정도로 정성을 쏟으십시오. 아울러 그 예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드려야 함을 가르치십시오.

    어릴 적 친구 중에, 주일학교 중등부까지 잘 나온 친구인데, 고등부에 올라가더니 교회 발길을 뚝 끊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아버지가 안수집사이고, 어머니가 권사였는데도 그랬습니다. 나중에 만나서 이유를 물으니 이런 말을 합니다.

    고 1 때, 교회에 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월요일에 시험이 있다고 그 날은 교회 가지 말고 공부하라더랍니다. 그 날, 집에서 깊이 생각해 봤답니다. 기껏 고 1짜리 시험에 우선순위가 밀리는 하찮은 하나님이라면, 내가 그런 하나님을 믿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그 뒤로부터 안 나갔답니다.

    이 사실도 모르고, 그 어머니는 아들이 교회에 안 나온다고 속을 끓습니다. 정작 당신이 자기 아들의 믿음 생명줄을 끊어버렸음도 모르고 말입니다.

    5.
    어린 예수의 부모, 요셉과 마리아,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올 때에는 손을 잡고 왔을 것입니다. 어린 예수가 그 100만 명의 인파가 모이는 유월절 예루살렘 순례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견하면서도 불안했겠습니까! 손을 꼬옥 잡고 예루살렘까지 왔을 것입니다. 그리곤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에서일까요, 그 부모는 아이의 손을 놓아버렸습니다. 그리곤 막연히 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가다 낭패를 당합니다.

    좋은 신앙의 부모님들, 늘 자녀들의 신앙의 손을 잡고 교회로 오십시오. 정성을 다하고 공을 들여, 주님께 예배드리는 것이 그만한 가치 있는 일임을 가르치십시오. 그리곤 손을 놓지 마십시오. 이젠 지가 알아서 잘 다니겠지 하지 마십시오. 신앙의 문제만큼은 늘 자식의 잡은 손을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경계하십시오. 모처럼 주님의 은혜 세계로, 믿음의 좋은 세계로 이끌어오더니 시험이 더 중하다, 학원 특강이 더 중요하다, 하며 도리어 그 손으로 세상으로 다시 데리고 가지 마십시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교회로 인도해 왔다가, 이러저러한 세속적 이유로 다시 세상으로 빼내어 갑니다. 그리곤 그 아이는 신앙의 정체성을 잃고, 이것도 아닌 저것도 아닌, 회색분자와 같은 신앙을 갖고 살다가 그 부모의 노년에 눈물덩이가 되어버립니다.

    부모의 손길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습니다. 그 부모가 그 아이를 어디로 데리고 다니느냐에 그 아이의 인생이 좌지우지 됩니다. 하나님께 인정받고 축복받을만한 여러분의 분명한 신앙이 여러분 자녀들의 밝은 미래, 복된 미래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