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13:5-15a) 
 
1.
지금 이스라엘 땅, 그 지역을 팔레스타인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성경을 아무리 찾아봐도 이 지역을 팔레스타인이라고 부른 역사가 없습니다. 그러면 이 이름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요?
 
주후 70년 로마는 유대 왕국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무너뜨렸고, 마지막 항전 하던 마사다 요새를 함락시켰습니다. 그 후, 로마는 이 지역의 유대인들을 다 추방하였고, 이 지역 이름도 ‘이스라엘’, ‘유대’, 모두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럼 그 지역을 뭐라 불렀을까요?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렀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어디서 온 말일까요? ‘필리스틴’이란 단어에서 온 것인데, 필리스틴 족은 남부 그리스에 살던 종족으로 배를 타고 이 지역에 들어와 지중해 해변 가에 살던 이들입니다. 구약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유대인들을 가장 집요하게 괴롭힌 종족 ‘블레셋’입니다. ‘팔레스타인’이란, 이 ‘필리스틴’ ‘블레셋’에서 온 말로 ‘블레셋 사람들의 땅’이란 의미로 로마가 붙인 지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로마가 얼마나 이스라엘, 유대인들을 지긋지긋하게 여겼는지 그들을 다 내쫓아버리고 그 지역을 유대인들이 그토록 싫어했던 블레셋 사람들의 땅, 팔레스타인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2.
오늘 성경 본문에 보니 그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과 싸우려고 몰려왔습니다. 그 군대의 규모를 보니, 병거가 삼만이요, 마병이 육천명이요 백성은 해변의 모래같이 많았다고 합니다. 병거(兵車)란 2마리의 말이 모는 전쟁용 수레, 즉 전차(戰車)이고, 마병(馬兵)은 말을 타고 적진에 돌격하는 선발 기병대입니다.
 
일반적으로 병거, 전차보다 마병이 더 많은 법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여기선 병거가 삼만, 마병이 육천 명이랍니다. 학자들의 연구 견해에 의하면 이는 히브리어의 오기(誤記), 잘못된 기록으로 병거가 3천, 마병이 6천명일 거라고 주장합니다.
 
아무튼 마병이 6천명이요 병거가 3천 대라도 엄청난 병력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당시 이스라엘의 문화는 청동기 문화였습니다. 청동 칼을 들고 싸우는 사람들인데, 이에 반하여 블레셋은 철기 문화를 갖고 남부 그리스에서 배를 타고 들어온 종족입니다.
 
그러기에 블레셋은 아주 강력한 족속이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한 단계 위의 신무기를 들고 외부에서 쳐들어온 것입니다. 상대하기 벅찬 족속이었습니다. 13:22절에 보면 이런 기록이 있습니다. “싸우는 날에 사울과 요나단과 함께 한 백성의 손에는 칼이나 창이 없고 오직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에게만 있었더라.”
 
그러니까 전쟁에 나온 이스라엘 군대에겐 철로 만든 칼이나 창이 없었답니다. 이런 기막힌 군대가 어디 있습니까? 왕과 왕자에게만 칼과 창이 있고, 일반 군대에게는 없습니다!
 
이러니 이스라엘 군대가 칼과 창뿐만 아니라 전차로 무장한 블레셋 군대를 보았을 때, 그 두려움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싸움이 시작도 되기 전에 이스라엘 진영에서는 대 혼란과 두려움이 지배하였습니다.
 
6절, “이스라엘 사람들이 위급함을 보고 절박하여 굴과 수풀과 바위틈과 은밀한 곳과 웅덩이에 숨으며, 어떤 히브리 사람들은 요단을 건너 갓과 길르앗 땅으로 가되 사울은 아직 길갈에 있고 그를 따른 모든 백성은 떨더라.”
 
엄청난 두려움이 이스라엘에게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군사들이 다 도망가 버렸습니다. 숨을 만한 곳을 찾아 다 숨어버렸고, 어떤 이들은 아예 요단강을 건너가 저 멀리 도망가 버렸고, 사울과 함께 하는 군사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혼비백산,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습니다. 그것도 몇 명이나 남았을까요? 15절에 보니 “사울이 자기와 함께 한 백성의 수를 세어 보니 육백 명 가량이라.”
 
그나마 처음 참전한 이들은 3천명(13:2)이었습니다. 그런데 다 도망가고 이제 남은 게 600명이랍니다. 이게 싸움이 되겠습니까? 그러니 이스라엘은 얼마나 두려웠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 사울은 어떻게 하는가요?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누구? 사무엘입니다. 자기를 왕으로 기름 부어 세워준 선지자, 하나님의 사자입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알았는지 사무엘은 이미 10:8절에서 사울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는 나보다 앞서 길갈로 내려가라. 내가 네게로 내려가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리니 내가 네게 가서 네가 행할 것을 가르칠 때까지 칠 일 동안 기다리라.”
 
그래서 길갈에서 사울은 초조하게 사무엘을 기다립니다. 군사들은 흩어져 달아나고, 백성들은 두려워 떨고, 사울의 초조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하여졌습니다. 그렇게 7일째를 맞이했는데, 여전히 사무엘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자 7일째 되는 날, 사울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다 싶어 자신이 번제와 화목제를 직접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왜 이렇게 하나님께 제사 드리는 것에 집착했을까요? 어차피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의지하고 나선 군대입니다. 육신적 병력을 의지하고 나온 이들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절대 필요한 것은 하나님이 함께 하심이요, 그것을 확인하는 길이었습니다. 그 길이 바로 제사요 예배였습니다.
 
그런데 그 제사, 예배를 누가 집례 하는가요? 제사장만이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무엘만이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사무엘이 그렇게 하겠다고 기다리라 했으니 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울은 기다리다 지쳐 자신이 직접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제사를 마치기도 전에 사무엘이 정확하게 7일째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곤 사무엘이 경악하여 어째서 이렇게 했느냐 물으니 사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백성은 내게서 흩어지고 당신은 정한 날 안에 오지 아니하고 ... 블레셋 사람들이 나를 치러 길갈로 내려오겠거늘 내가 여호와께 은혜를 간구하지 못하였다 하고 부득이하여 번제를 드렸나이다.” 부득이!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겠느냐 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찌 되었습니까? 그는 축복 받지 못했습니다. 도리어 그것으로 저주를 받았습니다.
 
어쩌면 이스라엘의 역대 왕들 중에 하나님께 제사 드리고, 축복받지 못하고 도리어 저주 받은 이는 이 사울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3.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에는 법도와 동기, 자세가 중요합니다. 성경 기록을 보면 오늘 본문에서 분명 사울은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4:35절을 보면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사울이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을 쌓았으니 이는 그가 여호와를 위하여 처음 쌓은 단이었더라.”
 
사울이 여호와를 위해 처음 쌓은 제단이 거기에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분명 13장에서 제단을 쌓았는데, 14장의 제단이 처음 제단이라고 합니다. 이 말씀에 의하면 13장의 제단은 무효, 즉 하나님께서 받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왜 하나님께서 받지 않으셨습니까?
 
오늘 본문 13장의 제단은 자기 욕심을 위한 제단이었습니다. 자기 욕망 행위를 위한 제단이었습니다. 그 제단은 흩어지며, 불안해하는 백성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쇼(show)같은 제단이었습니다. 반면에 14장의 제단은 ‘여호와를 위해’라는 말이 있듯이 하나님을 위한 제단이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하나님께서 받으실만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까? 진정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까? 자기 소원, 욕망을 위해 예배를 드리는 것은 아닌가요?
 
요즘 예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단축하였기에 그런 면이 없는데, 오래 전에 어떤 분이 그럽니다. 우리 예배에는 서 있는 것이 너무 길다고 좀 짧게 해 달랍니다. 찬송가를 좀 줄여 달라, 설교를 짧게 해 달라, 봉헌 기도 짧게 해라, ... 요구가 많습니다.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길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영과 진리로’, 그런 정성으로 드려야 한다는데, 그렇게, 그런 자세로 예배드리는 이가 예배 시간에 오래 서있어 불편하다, 찬송이 많다 적다, 찬양대가 음이 맞다 틀렸다, 기도는 왜 그리 기냐, 설교가 졸리다 어떻다 하며 마음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가요? 정말 하나님을 위한 예배인가요, 자기를 위한 예배인가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예배인가요, 자기 취향 만족을 위한 예배인가요?
 
하나님께 집중하십시오! 자신이 예배드리고 있다고 믿는다면 하나님께 집중하십시오. 예배는 하나님께 향하는 것입니다. 그건 거룩한 시간입니다. 정성을 다하여 영과 진리로 하나님께 예배하십시오. 하나님의 영광만 바라보십시오.
 
사울은 자기 욕망을 위한 제사를, 사무엘도 없이 자기 필요에 따라 쇼를 하듯이 드렸기에 축복의 산실인 제사가 도리어 그에겐 저주가 되었습니다.
 
4.
그 뿐이 아닙니다. 사울은 하나님을 몰라도 한 참을 몰랐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으로 왕이 되었으면서도 그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몰랐습니다. 아니 하나님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관심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의 왕권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생에 찾아든 기회를 잡아 왕이 되었는데, 그 천재일우(千載一遇)로 왕권을 잡았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을 유지하는 게 그의 유일한 관심이었습니다.
 
그 왕권을 누가 주었는지, 그에 대해 바라보지 않고, 이젠 자기 자신에게 온 관심과 중요성이 쏠렸습니다. 자기 것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자세입니다.
 
사실 사울은 그런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매우 준수했고, 성품도 얼마나 온화했는지 모릅니다. 수줍음까지 있었던 인물입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효성스러운 인물이었습니다. 정말이지 그는 왕의 재목으로 부족함이 없는 겸손, 온유, 효성, 정직, ... 모든 조건이 완벽한, 자격이 있는 이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변했습니다. 왕이 되고 보니, 그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그 왕권을 행여나 잃어버릴까 그에 연연하였습니다. 그러니 점점 그는 자기가 어떻게 왕이 되었는지, 누가 자기를 왕으로 삼았는지, 그 임명권자, 하나님을 잊어버렸습니다.
 
권력이 사람을 변하게 한답니다. 그렇게 정직하고 순진해 보이던 이도 권력을 잡고 보면 다들 변한답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그토록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이 정작 국민들이 법과 양심에 근거한 온전한 민주주의의 실천을 위해 권력의 자리에 앉게 해 주니 국민들의 안위와 삶엔 눈을 감습니다. 그들의 통치, 정치하는 것을 보면 가장 비민주적입니다. 편법과 패거리 감싸기만 있습니다. 일방적인 지시와 결정만 있습니다. 권모술수뿐입니다.
 
소통을 그리 소중히 여기던 이들이 권력의 장막에 들어가니 보이는 게 없습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좀 보라고 해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보고 듣는 것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왜곡된 통계들, 말들만 듣습니다. 하는 말들을 보면 국민의 현실과는 너무 동 떨어진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주로 합니다. 멋지게 말지만 어딘가 진실성이 없는 보여주기 위한 것들로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요? 그럼에도 조선시대에나 있어야 하는 상소문이 등장하였습니다. 그것도 공개하지 않다가 백성들이 관심을 갖고 좋아하자 그제야 듣는 척 하는 게 우리나라입니다. 이게 민주주의 사회 맞습니까? 공정한 절차가 눈 가리고 아웅 되고, 생략되는 이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 맞습니까?
 
누구 덕분에, 어떤 가치관 때문에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었는데,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자기 이념에 대한 집착에만 혈안이 되어있지, 진정 나라와 민족, 아니 우리 자식들의 안정된 미래의 삶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나라 빚만 잔뜩 지고 다음 세대에 그거 넘겨주고 있습니다. 하다하다 영끌이를 해서라도 자기 집을 장만하겠다는 30대를 비웃기까지 합니다. 그러면서도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습니다. 나랏돈이 자기 돈 같은지 기분 내키는 대로 뿌리면서 백성들을 혹세무민하고 있습니다. 자기들은 좋은 사람들이요, 백성을 사랑하는 이들처럼 말입니다.
 
사람은 말이죠, 변하지 말아야 합니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 하지만, 개구리가 되어도 잊어선 안 되는 것, 올챙이 시절입니다! 왜 변하는가요? 왜 잊습니까? 자기가 누리는 것이, 자기가 가진 것이 자기가 획득한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코 잃을 수 없다고 여기고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이것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좋은 것들을 자기 자식들에게는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잠재적인 라이벌인 다른 이의 자식들에게는 용이 될 필요가 없다고, 송사리로 살아도 행복한 것이라고 그리 가르칩니다.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날 필요가 없는 세상이랍니다. 그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떠벌립니다.
 
그러면서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자기 자식들은 용을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은밀히 그런 일들을 범합니다. 그러다 들통이 나면 언론 플레이, 얼굴 플레이를 하며 자신은 가장 정의로운 핍박받는 투사라고 위장합니다. 예전에 그 독재자들은 들통이 나면 그나마 미안하다고 담화문까지 냈는데, 이 정부 들어서서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 우리 사회의 문제는 진보냐 보수냐, 좌나 우냐가 아닙니다. 그까짓 거 진보도 한 번 하고, 보수도 한 번 하고, 좌도 한 번 하고, 우도 한 번 하는 게 민주주의입니다. 아, 민주주의라고 하는 외국이 다 그러지 않던가요? 돌아가면서 하는 겁니다.
 
촛불이냐 태극기냐가 문제 아닙니다. 광화문이냐 종각이냐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우리 사회의 문제는 진실이냐 거짓이냐, 공정이냐 불공정이냐, 정의냐 불의냐의 문제입니다. 내 친구냐 니 친구냐가 아닙니다. 이건 우리들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눈앞에 위기가 왔다고 해서, 자기가 누리던 것을 잃을 지도 모른다고 해서 법이고, 절차고, 정의고 다 무시하고 제멋대로 하는 것, 그건 결코 안 됩니다.
 
사울이 그랬습니다. 그는 변했다. 그토록 겸손하고 진실하던 이가 교만의 극치를 이루며, 자기의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선 못할 짓이 없는 그런 이로 변했습니다.
 
그러기에 하나님께서 율법을 통해 법도로 정한 제사법까지 자신이 마음대로 뒤집으면서, 제사장에게만 허용된 제사를 자기의 목적을 위해 자신이 직접 집례 하였습니다. 영적인 권세는 제사장에게만 주어진 것입니다. 그건 아무리 왕이 똑똑해도 왕에게 주어진 게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성별하시고 권세를 주신 제사장이 집례 하는 것입니다. 한 신앙 공동체의 영권(靈權)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그 공동체의 주의 사자에게 주신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울은 자신이 제사를 집례 하였습니다. 왜? 그만큼 다급했습ㄴ이다. 마음이 급했고, 실지 상황이 다급하였습니다. 더군다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무엘이 오지 않자, 더 기다리다간 위험하겠다 싶어 자신이 직접 집례 하였습니다. 그리곤 저주를 받았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자기가 할 게 있고, 주의 종이 할 게 있습니다. 아무리 다급해도 대통령이 할 게 있고, 못할 게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말입니다.
 
5.
하나님의 명이 있으면 기다리십시오. 기다리란 명이 있으면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도 기다리십시오. 하나님께서 정하신 법도가 있다면 그에 순종하십시오. 그게 사는 길입니다.
 
사울은 열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예배만 드리면, 제사만 드리면 되는 줄 알고 자기가 직접 드리고, 제 멋대로 드렸다가 책망만 들었습니다. “사무엘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의 목소리 청종하는 것을 좋아하심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 (15:22)
 
무슨 일이 있어도 순종하십시오. 하나님의 명으로 사는 사람들, 하나님의 은총과 축복으로 사는 사람들, 우리들에게 중요한 게 뭔가요? 현실? 아닙니다. 현실이 어떻다 할지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 명령입니다. 그게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현실이 두렵고 떨려도, 하나님께서 아니다 하셨으면 아닙니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걱정하지 마라 하면 걱정할 게 아닙니다.
 
요즘 금요일마다 초조함이 2주 간격으로 내게 찾아옵니다. 교인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과 관련된 이들이 2주마다 생겨, 교역자와 직원들이 다 감염된 것은 아닐까 싶은 염려가 생기고 있습니다. 엊그제도 그런 일이 생겨 몇 분이 검사를 받고 토요일 오전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한 식구는 이미 확진 판정을 받았고, 가족들은 그 식구와 이미 일주일 이상 같이 살았습니다. 그러니 그 가족들은 얼마나 더 불안했겠습니까? 그런데 만약에 가족들까지 양성 반응으로 나오면 문제는 우리 교역자들과 직원 전원이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할 판이었습니다. 지난 주일에 교회에 오셔서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몇 주간 문을 닫아야 할 판입니다.
 
얼마나 마음이 착잡해지는지... 금요일 밤, 집에 들어가지 않고 목양실에 머물렀습니다. 왜? 주님께서 나를 좀 불쌍히 보시라고. 젊은 나이 때에는 종종 그러했지만, 지금까지 이 나이가 되어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목양실에서 쩔쩔 매고 있는 나를 주님이 좀 불쌍히 보시고 우리 교우들을 도와주옵소서 하는 심정으로 ...
 
그러면서 말씀 준비를 하며 밤새 씨름하는데 이런 감동이 들었습니다. ‘내가 결정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쓸데없이 주저앉지 마라.’ ‘아니, 주님, 한 주간 내내 같이 살았습니다. 한 이불을 덮고 잔 부부입니다. 이건 거의 100%입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 그러십니다. ‘아니다, 내가 결정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래요 주님, 난 이제 자겠습니다’하고 목양실에서 잤습니다. 잠이 제대로 오겠습니까? 밤새 뒤척였습니다.
 
아침 일찍 전화가 울립니다. 그 가정입니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올라옵니다. 떨리는 목소리, “목사님, ... 음성이랍니다!” 그래서 둘이서 통화하며 울먹였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
 
가끔 영화 속에서 이런 장면을 봅니다. 적군과 싸울 때, 몰려오는 적을 맞이하는 군대에게 지휘관이 신호할 때까지 총을 쏘지 말라는 명령이 하달됩니다. 그래서 참호 속에서 죽은 듯이 가만있습니다. 적군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이를 맞이하는 군사들은 침이 바싹 마릅니다. 이제 적군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는데, 이러다가 다 몰살당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그런데도 지휘관은 자신이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발포하지 말랍니다.
 
손가락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명령이 떨어지지 않기에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발포 명령이 나자 응사 하며 적을 물리치는 그런 장면을 가끔 봅니다.
 
삶의 현장, 마귀와의 싸움 현장에서 우리 주님께서 아니다 하면 아닌 것입니다. 아무리 두려움이 파도같이 몰려와도 주님께서 별 것 아니다, 기다려라 하면 기다리는 것입니다. 우린 우리의 지휘관 예수님의 명을 따르면 되는 것입니다. 우린 예수님을 믿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아무리 두려워도, 아무리 답답해도, 아무리 힘들어도 하나님을 의지하십시오. 그 분의 말씀에 죽기까지 순종하십시오.
 
6.
코로나 사태로 지칩니다. 이러다가 어떻게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마음은 급해지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는 현실을 보고 현실에 급급하여 사는 이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을 의지하고 사는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아무리 급해도, 하나님의 법도를 따라가고, 아무리 두려워도 하나님의 말씀을 굳게 믿고 버티고 섭시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습니다.
 
아무리 다급해도 하나님께 주목합시다. 더욱 하나님을 의지합시다. 우리의 피난처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이십니다. 끝까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여러분에게 은혜가 넘치기를, 삶의 용기와 지혜가 충만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