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무덥고도 무더웠던 여름철,
코로나로 인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그런 때,
적막감마저 도는 그런 고요한 성전 예배실.
갑자기 세콤 카메라 영상에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누굴까.... 아무도 교회에 나오지 않는데...?
자세히 보니 꽃들이 널브러지게 펼쳐져있습니다.
아하 .... 꽃꽂이!
한참을 생각하며 널브러진 꽃들을 다듬고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분들은 그 무더운 여름철에만
남몰래 땀 흘린 것은 아닙니다.
춥고도 추운 한 겨울철에도
냉기가 가득한 예배당 안에서도 똑같은 땀방울을 ...
봐주는 이도, 생각해 주는 이도,
게다가 대가를 지불해 주는 이도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성전, 하나님만을 생각하며
매주 이 수고를 합니다.
사회에서 이렇게까지 일을 하면 적지 않은 수입이 있을 텐데
이들은 아무런 물질적 수입이 없음에도
사회에서 하는 것보다 더 충성스럽게 정성을 다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분들이야 말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알고,
그 하나님께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파서 이러는 것일 게다!
일 년 내내, 아니 일 년이 뭡니까, 몇 년이고 간에
힘이 닿을 때까지 그렇게 섬길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왕중의 꽃꽂이 전통이었죠.
수십 년을 말없이 그렇게 시장에 가서 꽃을 사서,
택시를 타고 교회에 와 혼자 기도하며 꽃꽂이를 한
어른들이 있었기에 그 전통, 그 섬김의 권세를 이어가는
그런 왕중의 충성스러운 일군들!
 
고마운 마음에 오늘은 더욱 더 그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비록 그 분들은 이 사실을 모르겠지만,
나는 더욱 뜨겁게 충성스러운 일군들을 위해 축복했습니다.
꽃처럼, 가을날의 꽃처럼 모두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삶이 되라고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