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의 추억
성탄 성극에 캐스팅(?)되기 위한 초조한 마음,
어린 나이에도 그건 인기 순위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
반들반들 빛나는 얼음길, 또는 하얀 눈밭의 새벽길,
털신도 아닌 하얀 고무신, 그리고 벙어리장갑과 목도리, 귀마개,
그렇게 완전무장하고 가도 코가 얼었습니다. 어디 가기에?
성탄 새벽에 엄마 손 잡고 새벽예배 가는 길.
 
조금 크니까 새벽송 돈다고 밤새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 댁 방문...
밤새 몸이 얼었을 때, 새벽녘 장로님 댁에서 주시는 떡국 한 그릇
올나이트 한다고 부장님, 대장님 댁을 초토화(?) 시키듯이 하고
새벽 성전에 모여 ‘예수님 탄생을 축하합니다.’하던 촛불 예배
‘메시아’의 ‘할렐루야’를 들을 때마다 고민, 일어나야 하나...
길거리는 캐럴로 가득했고, 상점과 백화점마다 불 장식.
그래서 그랬는지 그 때마다 빠지지 않고 매해 등장하는 구호,
‘성탄과 연말은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냅시다!’
 
이젠 정말 조용해졌습니다.
어디서도 성탄 캐럴이 들리지 않습니다.
코로나까지 더해져 따뜻한 성탄절은
썰렁하기 이를 데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며칠 전 새벽 기도회 가려는데
동네 아파트 어느 집에서 반짝이는 성탄 트리가 보입니다.
어두운 거대한 빌딩 한 구석에서 조용히 반짝이는 성탄 트리!
성탄 트리를 세우고도 전기 값 때문에 밤 12시에는 껐는데
그 집은 밤새 성탄 트리를 켜놓고 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 한 밤 중에 서러운 사람들,
새벽녘의 피곤한 사람들 지나가다가
그 반짝이는 성탄 트리를 보고 ‘아, 예수님!’을 생각하도록 ...
 
올해, 어떻습니까?
세상이 모두 문을 닫았고, 관심을 끊었고, 썰렁하기 이를 데 없는데
우리 그리스도인 가정들은 성탄 트리를 만듭시다.
지나가는 이들이 다 볼 수 있도록 베란다에, 문 밖에...
아, 성탄절! 하고 순간 작은 감동 속에 아기 예수님을 떠올리도록
들판의 목자, 천군 천사가 되어 보지 않으시렵니까?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