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녁 식사 후에 커피를 내려서 가족이 함께 마시는 시간은 큰 즐거움입니다. 지난 주일 저녁에도 커피를 내리려다가 그만 뜨거운 물을 제 왼손 위에 쏟고 말았습니다. 곧바로 손에 찬물을 흘러내렸지만 금방 통증이 시작되었고 손가락 군데군데 물집이 생겼습니다.

 

손가락에 화상을 입으니 불편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원래 왼손잡이지만 어릴 때 부모님이 억지로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훈련시키셨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수저나 연필 등은 오른손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그냥 편하고 익숙한 손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어떤 손을 사용하느냐고 물으면 솔직히 잘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직접 사용해보고서야 어느 쪽 손이라고 대답합니다. 예를 들면 칼로 과일을 깎을 때는 오른 손을 사용하며, 채소나 고기를 자를 때는 왼손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왼손에 화상을 입고 보니 그동안 왼손을 사용했던 것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양치질, 면도 모두 오른손을 사용하려니 너무 어색했습니다. 다행히 머리 빗질은 오른손이 더 편했습니다. 자동차 운전도 주로 왼손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운전도 힘들었습니다. 음료수를 사려고 편의점에 갔다가 계산을 하려고 보니 돈이 왼쪽 호주머니에 있어서 꺼내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왼손이 불편해지니 오른손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손은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해야 했습니다. 옷을 입고 벗을 때마다 상처 부위가 닿지 않게 하려고 오른손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왼손이 아플 때 오른손도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은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 왼손이 아플 때 오른손이 전혀 고통을 겪지 않는다면 남의 손이기 때문이겠지요. 왼손이 아파도 큰 어려움 없이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른손이 대신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 힘들고 아픈 분들은 언제나 있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갑작스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매우 많아졌습니다. 우리가 예수님 안에서 한 몸이라면 함께 고통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른팔이 아프면 왼손으로 주물러 주어야 하고 왼어깨가 아프면 오른손으로는 주물러 주어야 하듯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서로 돌아보며 살피기에 힘써야 합니다. 고통은 우리가 한 가족이요 서로가 지체라는 것을 강력하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에게서 온 몸이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받음으로

연결되고 결합되어

각 지체의 분량대로

역사하여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

(엡4:16)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