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사 독재 시절에 컸습니다.
매해 봄이 되면 연례 행사적으로 벌어지는 데모를 보며 컸습니다.
당시, 독재가 장기 집권하려면 3곳을 장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언론, 그래서 뉴스 시간에 친 정부 소식만 가득 했습니다.
반 정부 기사를 쓰는 신문사에는 광고를 끊어버리고
심지어 괴한들이 침입하여 윤전기에 모래를 붓기도 했습니다.
결국 언론은 거의 다 장악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다음은 학교, 대학생들의 끊임없는 데모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경찰과 중앙정보부에선 프락치들을 학교에 들여보내
민주화 운동하던 이들을 거의 다 잡아갔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교회였습니다.
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독특한 곳으로
회사를 제외하고 정기적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성당이나 절간은 가끔 찾아가는 곳일 뿐 정기적으로 가진 않습니다.
그러기에 주일마다 모이는 군중(?)에게 선포되는
정의로운 하나님의 말씀은 독재 정권에겐 매우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교회마저 장악하기 위해 집요한 공작 정치를 펼 때에
10.26 사태가 터졌고, 교회는 그나마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 이후, 참 묘한 느낌이 듭니다.
교회가 계속 코너에 몰리고 있다는 것,
정부와 여론이 이상하게 그리로 몰고 가고 있다는 느낌...
굳이 그렇게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데,
정통 교회와 사이비 단체와는 확연히 구분해야 하는데
모두를 다 교회라고 호칭하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애쓰는
모든 건강한 교회를 다 싸잡아
사회의 공적 암 덩어리같이 민심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느 지역에선 공무원들에게 교회가지 말라고 한답니다.
일부 민간인 회사들도 그렇다고 하지요?
엄연한 방역을 빙자한 종교 탄압입니다.

교회를 길들이려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몰고 가는 행위는
분명 과거 군사 독재 정권이 시도하다 무너진 건데 ...
요즘 우리나라 정부, 국회, 검찰, 법원에서 벌어지는 추태들을 보면
전에 다 보았던 익숙한 것들입니다.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이들이 어느새 그걸 다 배워
자기들이 기득권자가 되어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합니다.
기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