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고백한 적이 있는데...
나는 학교 다닐 때 지각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도리어 새벽에 학교 갔다가 야단맞은 적은 있습니다.
부지런했기에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지각하여 뒷문을 드르륵 하고 열고 들어갈 때
뒤돌아보는 모두의 눈길이 무서워서(?) 그랬습니다.
사람들이 나에게 주목하는 것을 퍽 어려워했습니다.
 
그런 내가 목사가 되어서 많은 이들 앞에서
태연하게 설교하는 것을 보니 성령의 위대하심을 알겠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건데
아직도 나는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더욱이 낯선 사람에게, 서먹한 이에게 말을 먼저 거는 것,
무척 힘들어 해 합니다.
전에 계시던 최지환 목사님이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며
‘이 어른이 낯을 가리시기에...’ 그러시더라구요.
아하, 맞다, 그게 낯을 가리는 거였습니다.
아기들만 낯을 가리는 게 아니라 어른도 낯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우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는 먼저 다가가지 못합니다.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하려면 혹시 부담스러워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많은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러니 오해하는 분들이 생깁니다.
목사님이 한 번도 자신에게 전화도, 문자도 안 준다고
관심이 없다고 오해를 하십니다.
 
내 분명 고백하건데 그렇지 않습니다.
도리어 내가 낯을 가리기에 맘이 어려워서 그러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게 먼저 문자나 전화를 주면
나는 호들갑을 떱니다. 한 마디 하면 두 세 마디를 더 합니다.
그런데 ...
이제는 다 보고 싶은데 아직도 보여주지 않는 분들 때문에
더 마음앓이를 합니다.
용기 내어 돌아오라고 하고 싶은데 아직도 낯을 가리나 봅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