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착용하고 산 지도 벌써 1년이 넘어갑니다.
한동안 그러다 말겠지 하고 시작한 것인데
1년 동안 입과 코를 막고 살았습니다.
나같이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드는지 ...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어린 손자가
스스럼없이 마스크를 하고 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스크 없이는 못 나간다는 그런 태도입니다.
그 순간,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어 지하에 살되
대형공기 정화기를 통해 숨을 쉬고
지상으로 나갈 때는 방독면을 쓰고 나가야 하는
그런 우울한 미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아, 그런 세상이 실제로 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놀라움!
동시에 커다란 미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너무 큰 죄를 지었다는 아픔이 ...
저것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입을 막고 코를 막고 살아야 하나...
 
마음껏 뛰어놀아야 하는, 숨을 헐떡이며 놀아야 하는,
그런 아이들이 입과 코를 틀어막고 살아야 하는 고통,
아, 우리 어른들이 잘해야 합니다.
어른들이 정신 차려야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습니다.
 
어린이 주일, 어린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입니다.
교회도 맘대로 못 오고, 어른들과 어울려 찬송도 못하고,
푸짐한 선물도 제대로 못 받고, 친구들 얼굴도 못 보고 ...
예수님,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속히 코로나 광풍을 재우소서.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