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24절기)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일 년을 24등분하여 계절을 자세히 나눈 것입니다. 따라서 24절기는 음력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며, 양력과 거의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절기와 절기 사이는 대략 15일 간격이며, 양력 날짜는 거의 같지만 음력으로는 간격이 달라지므로 가끔 윤달을 넣어 계절과 맞추고 있습니다.

 

24절기는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 생활에 익숙해져 온 명칭이지만 사실은 날씨와 거의 맞지 않습니다. 올해 입춘은 2월 3일이었는데,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리며 동면하던 벌레들이 깨어난다고 하지만 대체로 2월 초는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입니다. 올해 입하는 5월 5일이었는데, 그때는 여름이라기보다는 한창 따뜻한 봄날입니다. 이렇게 된 것은 24절기의 이름과 그에 대한 설명이 중국 주나라 때 화북지방(베이징, 네이멍자치구 등이 있는 지역)의 날씨에 맞춘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반도나 일본 날씨와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에, 각 절기의 날씨에 대한 전통적인 설명은 더더욱 맞지 않습니다. 날씨와 계절은 기온 및 강수량 변화 등 여러 가지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24절기는 날씨와 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을 구분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24절기와 우리나라 자연환경에서의 오랜 경험을 연결하여 나름대로 계절 변화의 시기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우리 기후와 맞지 않는 24절기를 우리 기후에 맞게 재해석하여 농사짓는 때를 설명한 ‘농사직설’이라는 책을 편찬했습니다.

 

어제 8월 7일은 입추였습니다. 가을이 시작되는 날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1년 중 더위의 절정을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올해 입추에도 어김없이 폭염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입추에 속았다!’거나 ‘입추가 맞지 않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입추가 왔으니 이렇게 아무리 폭염이 기승을 부려도 언젠가 시원한 가을이 오겠구나!’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째 계속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선풍기를 세게 돌려도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열풍기가 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다 더위까지 겹쳐 손님은 더더욱 없습니다. 민간경제가 어려우니 월급을 제대로 받기도 어렵고, 한번 직장을 나서면 뽑는 곳이 없습니다. 각종 시험을 준비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지쳤는지 물리쳤던 게임을 다시 찾고 있습니다. 2년이 되도록 집 안에 갇혀 지내니 외로움이 우울증이 되었다며 힘없는 목소리로 울먹이는 분들도 있습니다.“인내하는 자를 우리가 복되다 하나니”라는 말씀이 너무나 막연하고 우리와 상관이 없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폭염 속에 찾아온 입추가 분명한 기대와 희망을 안겨주듯이 주님의 말씀은 우리의 위로와 소망임에 틀림없습니다. 주님을 신뢰하며 의지하는 자, 주님의 말씀을 붙들며 인내하는 자에게 반드시 은혜를 베풀어주실 것입니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이와 같이 헛되이 내게로

되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기뻐하는 뜻을 이루며

내가 보낸 일에

형통함이니라

(사55:11)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