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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의 후예들을 위하여

2008년 11월 17일 (월) 10:17:58

양의섭 목사

yes10@chol.com

(창 4:1-7)

1 아담이 그의 아내 하와와 동침하매 하와가 임신하여 가인을 낳고 이르되 내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득남하였다 하니라
2 그가 또 가인의 아우 아벨을 낳았는데 아벨은 양 치는 자였고 가인은 농사하는 자였더라
3 세월이 지난 후에 가인은 땅의 소산으로 제물을 삼아 여호와께 드렸고
4 아벨은 자기도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으로 드렸더니 여호와께서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받으셨으나
5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지 아니하신지라 가인이 몹시 분하여 안색이 변하니
6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가 분하여 함은 어찌 됨이며 안색이 변함은 어찌 됨이냐
7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하지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

1. 창세기를 읽다보면 좀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 있습니다. 가인입니다. 가인은 아담과 하와의 장남입니다. 그는 농사를 짓는 이였고, 그 동생 아벨은 목축을 하는 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제사를 드릴 때마다 하나님께서 아벨의 제물은 받으시는 데, 가인의 제물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제물을 받으셨다는 것을 당시 어떻게 알았을까요? 고대인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이 받으신 경우에는 그 제물을 태우는 연기가 곧바로 위로, 하늘로 곱게 올라갔습니다. 그리곤 그 결과 자신이 하는 일들이 하나님의 축복으로 만사형통 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가인의 제물은 번번이 거절되었고, 아벨은 열납되었습니다. 오늘 본문 뒤를 이어 나오는 사건이지만, 가인은 이에 화가 나서 그 동생 아벨을 살해하여 최초의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아벨의 제물은 받으시고, 가인의 제물은 거절하셨을까요? 이에 대해 여러 설명이 있습니다.

첫째는 농업과 목축업의 갈등이라고 여깁니다. 특별히 가나안 사람들은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이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목축을 하는 유목민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유대인들은 해석하기를 하나님께서는 농민(農民)보다는 유목민(遊牧民)을 더 사랑하신다고, 자기들의 제사를 즐겨 받으신다는 다분히 문화 우월주의에서 해석하였습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이런 해석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여깁니다. 만인의 아버지 하나님께서 그 직업에 따라 제물을 가려 받으신다는 것은 생각할 가치도 없습니다. 이것은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하기 위해 말하는 독선적이요 편협한 생각입니다.

둘째는 정성의 차이라고 해석합니다. 3절과 4절을 보면, 가인은 ‘땅의 소산으로’ 드렸고, 아벨은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으로’ 드렸다고 합니다. 이 말씀으로 보아 가인은 농삿물 수확 중에서 아무 것으로나 하나님께 드렸고, 아벨은 많은 짐승 중에서도 첫 새끼와 그 기름을 드렸습니다. 첫 새끼라는 것은 얼마나 귀한 것입니까! 사람들에게 있어서 첫 번째 것이란 상당한 애착이 가는 존재입니다. 그 애착이 가는 소중한 것을 아벨은 하나님께 아낌없이 드렸습니다. 하나님 우선주의로 대단한 정성입니다. 그러나 이해는 가지만, 굳이 이유가 그것뿐이라고 보기에는 좀 아쉽습니다.

셋째로 아벨의 제물에는 피 흘림이 있는데, 가인에게는 피 흘림이 없는 제물이기에 거절당했다고 해석합니다. 목축을 하는 아벨은 제물을 드릴 때 반드시 짐승을 잡아 그 생명을 자기 죄의 대속물로 드렸기에 하나님이 받으셨고, 가인은 이런 생명의 희생 없이 그냥 곡물을 드렸기에 거절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론도 사실 무리수입니다. 생명은 동물에게만 있습니까? 천만에! 식물에게도 생명이 있습니다. 그러니 곡물로 하나님께 태워 드리는 제물 역시 생명을 희생하여 드리는 것입니다.

넷째로 보편적인 히브리서 기자의 해석이 있습니다. 히11:4절, “믿음으로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림으로 의로운 자라 하시는 증거를 얻었으니 하나님이 그 예물에 대하여 증거 하심이라...” 즉 제사를 드림에 있어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그 중요성이 있다고 합니다.

가인과 아벨 모두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데, 아벨은 진정한 믿음을 갖고, 하나님의 살아 계심과 축복해 주심을 믿고 제사를 드렸는데, 가인은 그저 건성으로 드렸기에 하나님께서는 아벨의 제물만 받으셨고, 가인의 제물은 물리쳤다는 것입니다. 이를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11:6)

사실입니다. 하나님께 예배드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믿음으로 예배할 때 하나님께서는 기뻐 받으십니다. 이곳이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주의 성전임을 믿습니까? 이곳이 하나님께서 나와 만나자고 약속한 장소, 바로 그 교회임을 믿습니까? 그 분이 나를 기뻐하시고, 복 주시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믿습니까? 그 믿음대로 우리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복에 복을 더하여 주실 줄 믿습니다.

다섯째로 생활의 문제로 하나님께서 선별하셨다는 도덕성을 이유로 삼는 해석이 있습니다. 제사가 거절당하자 분하여 얼굴빛이 파랗게 변하는 가인을 보고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분하여 함은 어찌 됨이며 안색이 변함은 어찌 됨이냐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하지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

하나님의 지적에 의하면 가인의 마음엔 죄의 욕망들이 가득했습니다. 그의 손은 죄악의 손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지적하신 대로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입니다. 즉 가인이 선을 행치 않았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4,5절에 보면 “여호와께서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받으셨으나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지 아니하신지라”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제물을 드릴 때 그 제물만 달랑 받으시는 것이 아니라, 제물을 드리는 우리들을 먼저 받으십니다. ‘아벨의 제물’이 아니고 ‘아벨과 그의 제물’입니다. 제물이 우선이 아니고, 그 제물을 드리는 우리들의 삶, 인격, 생활이 먼저 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가인은 죄악 속에서 회개도 없이 하나님께 나아갔다가 거절당한 전형적인 인물로 보입니다.

2. 그런데 이러한 전통적인 해석보다 난 좀 다르게 보고 싶습니다.

오늘 본문을 잘 보면 왜 하나님이 아벨의 제물은 받으시고, 가인의 제물은 받지 않으셨는지 그 이유가 사실 분명치 않습니다. 추측은 할 수 있지만 명확한 이유는 아닙니다.

도리어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 자신의 의지(意志)라는 듯이 보입니다. 쉽게 말해 ‘하나님 마음대로’란 뜻입니다. 드리는 이의 모습과 태도에 따라 하나님께서 할 수 없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당신 스스로 아벨은 받으셨고, 가인은 거절하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가인은 거절해야 할 이유가 있고, 아벨은 받아들여야 할 그런 이유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신 게 아니라, 그저 단순히 당신의 의지로, 당신의 생각대로 그렇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가인이나 아벨이나 둘 다 모두 죄인입니다. 그 아비 아담의 죄를 이어받은 죄악의 자식들입니다. 하나님은 이 둘의 제사를 모두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제사를 하나님께서 당신 뜻대로 아벨의 것은 받고, 가인의 것은 거절하셨습니다. 이 말은 아벨에게는 긍휼을 베푸셨고, 가인에게는 그러지 않으셨다는 뜻입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왜 차별을 두셨을까요?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1,2절에 있습니다. 1절 “아담이 그의 아내 하와와 동침하매 하와가 임신하여 가인을 낳고 이르되 내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득남하였다 하니라.” 아담과 하와는 동침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 이름이 ‘가인’입니다.

가인을 낳고 기쁨 속에 큰소리 친 것이 아담인가 하와입니까? 하와입니다. ‘하와가 임신하여 가인을 낳고 이르되 내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득남하였다!’ 무슨 뜻인가? ‘내가 아들을 낳았다!’하는 자랑이다. 거 이상하게도 딸을 낳으면 그냥 ‘애 났어’ 하는데, 아들을 낳으면 물어보지 않아도 ‘응, 아들 났어!’합니다.

하와, 이 여인은 처음으로 아들을 낳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이미 이전에 딸들을 낳았었는지도 모릅니다. 성경에는 딸을 낳은 것은 기록 되지 않기에 그들이 딸을 낳았는지, 안 낳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후에 가인이 장가를 들었다고 하니까, 가인의 아내가 될 여자는 당시 관습대로 근친결혼(近親結婚)으로 자신의 자매였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와가 전에는 딸만 낳다가 드디어 아들을 낳고 좋아했는지, 아니면 처음으로 애를 낳았는데 아들을 낳고 좋아했는지 그건 정확히 모르겠으나, - 아무래도 딸들만 계속 낳다가 아들을 낳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들 좋은 지 어찌 알겠습니까! - 아무튼 첫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의 이름을 가인이라 하였는데, 그 이름을 누가 지었는가 하면 하와로 보입니다. 그 어머니가 환희 속에, 자랑스러움 속에 첫 아들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가인! 그 뜻은 ‘얻었다’는 뜻인데, 보다 보편적인 뜻은 ‘한 남자를 얻었다’는 뜻입니다. 아주 자랑스러운 뜻의 이름입니다.

반면에 둘째 아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2절, “그가 또 가인의 아우 아벨을 낳았는데 ...” 별 다른 기록이 없습니다. 다만 가인의 아우 아벨을 낳았다고 합니다. 아벨의 뜻이 뭔가요? ‘무, 덧없음, 공허’ 이런 뜻입니다. 둘째 아들 아벨에 대해서는 그 부모가 기대감이 없습니다. 첫 아들을 낳을 때는 ‘아들을 얻었다!’라고 환호를 지르며 이름을 짓더니, 둘째 아들을 낳고서는 ‘덧없다. 허망하다’는 이름을 짓습니다. 이름을 덧없다는 뜻으로 지은 이유가 뭘까요? 부모가 보기에도 애가 별 볼일 없었습니다. 싹수가 노랬습니다. 그러니 그 부모가 무슨 기대를 둘째에게 가졌겠습니까?

더군다나 아벨을 말할 때 ‘둘째 아들 아벨을 낳았는데’가 아니라 ‘가인의 아우 아벨을 낳았다’고 합니다. 철저하게 누가 기준입니까? 가인, 맏아들 가인이 그 집안의 기준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줍니까? 부모가 편애(偏愛) 했습니다. 장남이라고 해서 특별히 사랑을 더했고, 모든 것을 그 장남 위주로 생각하고 행했으며, 이 장남 가인은 어릴 때부터 특별 의식 속에 자랐습니다. 자신은 그 집안의 첫째로 모든 일에 앞서야 했고, 강했고, 똑똑했습니다. 누구나 자신을 먼저 대해주어야 했고, 배려해야 했습니다. 그는 언제나 잘났고, 일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둘째 아벨은 언제나 2등이었습니다. 늘 형보다 뒷전에 처졌습니다. 아무리 잘 해도 앞서 나갈 수 없었고, 앞길에 대한 보장도 장남이 모든 것을 상속하지 둘째인 아벨에게는 소망이 없었습니다.

한번은 어느 목사님을 만났는데, 이런 말을 합니다. “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담임목사 소리 듣기는 틀렸어” “왜?” “내 성(姓)이 ‘부’씨잖아. 평생토록 부목사님, 부목사님 하고 들을 텐데, 언제 담임 목사 소리 듣겠어?”

이렇듯 아벨은 태어날 때부터 가인에게 밀려있었습니다. 형과 비교할 때 아벨은 늘 2등이요, 약자였습니다. 별 볼일 없는 인생이었습니다. 그 부모에게조차 기대감을 주지 못하는 ‘덧없는 인생이요, 약한 존재, 아벨’이었습니다.

자, 이제 하나님의 입장을 생각해 보십시오. 강한 존재 가인-약한 자 아벨, 똑똑한 이 가인-부족한 이 아벨, 늘 인정받는 가인-뒷전에 처지는 아벨! 매사에 자신만만한 가인-주눅이 드는 아벨! 이 둘이 제사를 드립니다. 하나님은 누구에게 긍휼을 더 베풀겠습니까? 하나님은 누구를 더 불쌍히 여기시어 자비를 베푸시겠습니까? 강자입니까 약자입니까? 스스로 설 수 있는 인정받는 인생입니까, 홀로는 설 수 없어 뒷전으로 밀리는 인생입니까?

동물의 세계라는 영상물을 보면 종종 이런 모습들이 보입니다. 올빼미 둥지에서 알이 부화되어 새끼들이 탄생합니다. 그런데 그 순서가 제각각이어서, 어떤 것은 일찍 부화하여 일찍부터 어미가 갖다 주는 먹이를 먹고 뿌적뿌적 성장하며, 어떤 것은 한참 지난 후에 부화하여 늘 비리비리합니다. 먹이 경쟁에서 늘 밀리고, 먹지 못하니 갈수록 허약해집니다. 강한 놈은 약한 놈을 틈만 나면 부리로 쪼아 상처투성이입니다.

어미 새는 먹이를 물고 와선, 그 힘 좋은 놈이 열성적으로 대들자 그 힘 좋은 놈에게만 먹이를 줍니다. 그러니 약한 놈은 점점 더 약해지고, 마침내 힘 좋은 강한 놈은 약한 자기 혈육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 나무 가지에서 떨어뜨려 죽입니다. 어미 새는 그걸 보면서도 떨어진 약한 새끼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라 교만한 둥지 안의 강한 새끼에게 잘 했다는 듯이 먹이를 물어다 줍니다. 그러면서 해설하는 이가 이것이 자연의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모습이요, 강한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본능이라며 박수를 칩니다.

그런데 하나님도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약자들이여, 하나님께서는 당신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기 기뻐하십니다. 소자(小子)들이여, 주님께서는 당신들에게 긍휼을 베푸십니다. 세상은 여러분을 무시하고 멸시해도 하나님은 여러분에게 관심을 갖고 있고, 도우십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자신과 같이 비천한 여인이 메시아를 잉태할 것이란 놀라운 소식을 천사장 가브리엘로부터 듣고서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는 빈손으로 보내셨도다. 그 종 이스라엘을 도우사 긍휼히 여기시고 기억하시되”(눅1:46-54)

하나님께서 가인의 제물을 물리치시고, 아벨의 제물을 받으신 이유를 짐작하시겠습니까?

3. 가인의 제물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 향한 가인의 마음이 나쁜 것도 사실 아닙니다. 둘의 마음은 모두 하나님께로 향해 있었습니다. 다만 하나님께서는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약자를 편들어 주시는 것뿐입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유대의 왕 ‘아사’는 구스의 백만 대군이 몰려올 때, 그 두려움 속에 이렇게 기도하고 나아갑니다. “여호와여 힘이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에는 주 밖에 도와 줄 이가 없사오니 우리 하나님 여호와여 우리를 도우소서.”(대하 14:11)

세상은 강자를 선호하고, 모든 것이 강자 중심으로 되어 있지만, 하나님의 나라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하고도 부족하여 밀리는 이들을, 그래도 살겠다는 이들을 하나님께서 큰 힘으로 도와주시고 붙들어 주십니다. 그러기에 연약한 인생, 가련한 인생 아벨을 열납하셨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강자인 가인을 무조건 무시하신 것은 아닙니다. 그 교만한 가인에게도 하나님께선 다정히 말씀하십니다. 가인의 문제를 친절히 지적하시며 일러주십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가인을 시험하신 것입니다. 가인은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차별 대우를 잘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많은 경우 느끼듯이 이유를 잘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차별 대우를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했습니다. 왜 나는 하는 일마다 안 되고 저 사람은 잘되는지, 왜 하나님은 내 기도에는 응답을 속히 해주시지 않고 저 사람 기도는 그토록 빨리 응답해 주시는지 ... 하나님께서 왜 이렇게 나를 차별 대우 하시는지 그 이유를 알고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긍휼을 얻기 위해서 7절에서 하나님께서 지적해 주신대로 자기의 삶을 돌아보고 회개하는 삶이 있어야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는 그 후 어떻게 하였습니까? 아벨을 죽여 버렸습니다.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얻기 위해 자기를 낮추는 대신에 도리어 그는 살인의 길로 나아갑니다.

교만함의 극치입니다. 평상시 아벨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으며, 아벨 정도는 그 이름 그대로 덧없는, 별 볼일 없는 인생이기에 강자인 자기, 똑똑한 자기를 위해 기꺼이 죽어줄 수 있는 인생이라고 하대(下待)하였습니다.

그리곤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을 향하여 이런 마음도 가졌습니다. ‘당신께 예배하는 사람이 아벨과 나 둘입니다. 이제 아벨이 없어지면 하나님, 어쩔 것입니까? 별 수 없이 내가 드리는 것을 받으셔야 할 겁니다.’

그는 하나님조차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본 것입니다. 제 뜻대로 하나님이 안 해 주시니 하나님을 증오하고, 우습게 여기고 한층 더 악한 길로 나아갑니다. 자기 없으면 안 될 것이라고 여깁니다. 하나님도 별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 유일한 경쟁자라고 여긴 아벨을 죽입니다.

4. 가인의 생각과 행동은 이러한 강자의 논리입니다. 그 누구든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주어야 한다는 강자의 논리, 그 길에 방해자가 있다면 무조건 제거해야 한다는 잔인한 강자의 논리, 하나님조차도 자기 마음의 뜻대로, 소원대로 이루어주어야 한다는 교만한 자의 논리입니다. 하나님을 알라딘 램프의 요정처럼 자기가 원할 때마다 기도나 헌금, 예배로 문지르면 ‘펑’하고 나타나, ‘무엇을 해결해 드릴까요?’(What can I do for you?)하는 마치 천국의 공무원처럼 여기는 교만한 자의 모습입니다.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하나님이 자기 뜻대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낯이 새파랗게 변하여 씩씩대는 그런 교만한 자의 모습입니다.

교만하지 마십시오. 약자를 우습게 여기지 마십시오. 하나님조차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조차 갖지 마십시오. 얼마든지 하나님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엉뚱하게 행하신다는 것을 아십시오. 그 분이 창조주이고 난 피조물임을 잊지 마십시오. 그 분이 주인이고, 난 종임을 망각하지 마십시오. 그리곤 늘 그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구하십시오. 진실한 삶을 사십시오. 믿음으로 사십시오.

삶이 벅찬 사랑하는 아벨의 후예들, 늘 자신이 없고, 매사에 자신은 뒤로 밀린다고, 언제나 자신은 2등이요 3등이라고 여겨지는 여러분, 하나님은 여러분을 긍휼히 여기십니다. 하나님은 1등 보다 여러분에게 더 큰 자비와 긍휼을 베푸시기 기뻐하십니다.

부자도, 유식자도, 권세자도, 모든 것을 가진 자도 다 하나님의 백성이요, 축복 받을 이들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들보다 더 큰 하나님의 긍휼과 축복이 가난한자, 없는 자, 늘 눌려 사는 자신 없는 인생들에게 향해 있다고 증언합니다. 세상이 다 버리는 그런 이를 하나님은 붙들어 주십니다. 시 27:10이 증언하는 바대로,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시리이다.” 설령 친구가 날 버려도, 심지어 바보라고 부모가 날 버려도 예수님은 날 버리지 않으십니다. 날 붙드시고 영접해 주십니다! 할렐루야!

그저 하나님께 진실하십시오! 그저 예수님의 긍휼을 의지하십시오! 가인을 붙잡은 손보다 아벨을 붙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간 하나님의 긍휼과 도우심의 손길이 여러분을 굳게 붙들어 줄 것입니다.

하나님은 연약한 이들을 도와주시는 분이십니다. 이 하나님의 사랑을 굳게 믿고, 어려운 삶의 환경에 지지 말고, 일어서는 하나님의 축복받은 아벨들이 되기를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