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은
제가 왕십리중앙교회에 부임한지 27년째 되는 날입니다.
1994년 10월 2일에 부임했으니 ...
 
40도 안 된 아주 앳된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한
왕십리중앙교회 당회와 교우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입니다.
세상적 배경도 없고, 학력도, 경력도 지극히 평범한 목사를
설교 한번 들어보고 결정한 어른들의 결단과 혜안에
나는 늘 마음 깊이 경의를 표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더 놀라운 것은
이 부족한 목사를 위해 교우들이 많이 사랑해 준다는 것!
내 앞서 계시던 목사님은 훌륭하셨고 다들 좋아하셨는데
그 마음을 예상외로 너무 쉽게 내게 쏠려주셨다는 것!
그것도 한동안 내가 다른 교회로 다시 청빙받아 갈까 봐
늘 내 눈치(?)를 보고 마음 편하게 해 주려고 애쓰셨다는 것!
지금은 모두 은퇴하신 권사님들의 당시 나를 향한 사랑!
정말 정말 고맙고 감사한 사랑이었습니다.
늘 그 어른들의 기도를 들어보면 ‘젊은 목사님을 보내주셔서...’,
젊은 목사가 빠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 젊은 목사가 지금은 60대 중반입니다.
늘 젊은 목사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늙은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때의 젊은 목사가 그리운 것은 아닙니다.
나를 위해 늘 기도해 주고 사랑해 주시던 어른들이 그리울 뿐입니다.
나도 이젠 그 어른들의 자리에 서서 젊은 목사들을 사랑해 주고,
위해 기도해 주어야 할 사명이 주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많은 분이 이미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분들이 그립고
여전히 건강하게 계시는 어른들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아울러 나와 함께 교회를 세우자고 애쓰던 분들이 고맙습니다.
남은 길, 그 길을 마저 충실하게 걸어가도록
계속 기도해 주세요.
 
오늘은 문득 그 젊은 목사가 보고 싶어져
옛날 사진을 뒤적이다 보니,
보고픈 먼저 가신 분들이 눈에 아른거려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아울러 다른 이들은 다들 어디 갔는지 ... 그리워집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