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아 온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더욱 가슴 아픈 일은 한국교회가 점점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많은 교회나 교단들이 서로 간의 시비가 붙는 경우, 성경(고전6장)이 권고한 대로 교회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일반 법정까지 끌고 가서 고소 고발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교회 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교계 문제를 덕으로 풀어낼 만큼 존경받는 원로들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혹 그런 분들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 권위나 지도를 받지 않으려는 세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니, 교계 지도자들이 존경을 받기는커녕, 사회로부터 한국교회가 비판을 받게 만드는 장본인들이 되고 있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 오늘 교단이나 교계나 지도자들을 선출할 때, 존경 받는 인물이냐, 아니냐가 잣대가 아니고 교회의 크기와 물질의 공세의 비중에 따라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교회나 노회, 혹은 총회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가장 진실하고 공정해야할 재판국마저도 편파적으로 흐르기 쉽고, 심지어 뇌물공세에 좌우됨으로 결국 사회 법정에까지 끌고 가 호소함으로 교계 지도급에 있는 분들이 판사들 앞에 추태를 나타내는 일들이 얼마나 많아지고 있는가? 요즈음 감리교단이 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감리회장으로 선출된 고수철 목사가 또 다른 선출자인 김국도 목사를 상대로 낸 직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했다.

그래서 지난 14일 오후 4시 서울동부지방법원 504호 판사실에서, 두 사람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부장판사와 함께 50여분의 비공개로 면담이 진행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젊은 판사는 두 목사에게 간곡한 호소를 했다. 이날 면담은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부장판사가 현 상황에 대해 통탄, 양측에 호소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성도들에겐 십자가를 지고 가라 하면서 왜 목사인 지도자들은 법원에서 해결을 구하느냐'는 취지로 조목조목 설득했다. 법원의 판사들이 사건 당사자들의 화해를 유도한 사례는 종종 보도됐으나 목사를 직접 훈계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별히 이날 권택수판사는 김국도 당선자를 향해 "김홍도목사(김국도 당선자의 친형)님은 어머님이 특별히 눈물로 기도했다고 들었다. 간증을 들으면 눈물이 난다. 기도원에 들어가서 40일 금식기도하라. 살아 생전에 뭔가를 누리겠다고 생각해서 하는 일 같다"고 훈계했다. 그는 "성도들에게는 십자가를 지고 가라 하면서 어떻게 자신들은 십자가를 지지 않는가?"라며 말을 흐렸다. 또한 판사는 “성경의 말씀처럼 내일 죽는다면 감독회장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렵겠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 타협이 가능하다고 본다. 타협해도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한쪽이 “죄송하다”고 말하자 판사는 “저에게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하나님께 죄송하다고 하셔야 한다.”고 답했다. 간곡하게 호소하다 못해 판사는 “제 얼굴을 봐서라도 타협할 수 없겠는가. 신앙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불쌍한 어린 양 하나 살리는 셈 치고 노력해 달라.”고 진언할 정도였다. 교회 지도자라면, 당나귀를 통해서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이라도 들을 영적 귀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물며 판사의 위치가 아니라 평신도의 입장에서 진언하는 신앙적인 호소를 어찌 외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 너무나 낯 뜨거운 일이었다. 이러한 충고는 사실 교계 지도자라고 자위하는 분들이 모든 교인들 앞에서 입이 닳도록 했던 말이 아닌가? 그럼에도 이제는 오히려 젊은 판사가 두 지도자를 향해 충고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으니, 이것이 바로 오늘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추한 자화상이 아니겠는가? 이대로 결코 안 된다. 그들에게서 예수님의 정신은 좀체 보기가 어렵다, 예수님의 정신은 무엇인가? 마20:27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하리라”

스스로 종의 위치에 내려가 섬기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한국교회는 온갖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하여 으뜸 자리를 앉기를 원하는 자들이 지도자가 되어 판을 치고 있으니 너무나 한심한 꼴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가 성공주의와 물질주의로 얼룩진 자들을 지도자로 내세우기를 계속한다면,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 앞에 빛과 소금을 나타내기 보다는 빗발치는 비판의 뭇매를 맞고 무너질 수밖에 더 길이 없는 것이다. 아니, 일반 사회의 비판은 차치하고, 성난 평신도들이 화려한 당회장실과 총회장실로 촛불을 들고 떼 지어 몰려와 항거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결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더 이상 한국교회가 파국으로 치닫는 길을 막기 위해서 모든 교단 총대들은 철저히 각성하고 바르게 지도자들을 선출해야 한다. 그것이 네가 살고 내가 사는 길이요, 한국교회 위해 하나님의 은총이 떠나는 것을 막는 길인 것이다. 지금 교계 지도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이여, 이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의 길에서 회개하고 돌이켜 예수님의 길로 가십시오. 앞으로 닥쳐올 심판대를 기억하고 자기의 정욕을 십자가에 못 박으십시오. 앞으로 교계 지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분들이여, 섬기는 종이 되는 데 우선순위를 두십시오. 그 길만이 교인들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