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어루쇠’라는 말을 아시나요? ‘어루쇠’는 거울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입니다. 옛날에는 거울을 구리합금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구리 동(銅) 자를 써서 동경(銅鏡)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금속 거울은 거울로 쓰이는 부분의 단면을 빛이 최대한으로 나게 만들어 얼굴이 비추게 하였습니다. 금속의 채굴이 어렵고 가공 능력이 좋지 않았기에 상류층만 비싼 거울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일반 서민들은 잔잔한 물에 자기 모습을 비추어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리 뒷면에 수은이나 은, 알루미늄 등을 발라서 빛이 반사되게 하는 유리 거울이 12세기 발명되었었지만, 16세기에 와서야 저가형 물품이 되어서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거울을 보고 자기 자신임을 판단하는 것은 꽤 고도의 인지 능력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인간은 보통 생후 15개월이면 거울 속의 모습이 자기 자신임을 깨닫게 되는데, 이 테스트를 미러 테스트라 합니다. 동물에게 거울을 보여주면 아예 관심이 없거나 거울 속의 모습을 자신이 아닌 다른 동물로 착각해서 별의별 기행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울부짖거나 공격하는 정도는 기본이고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원숭이, 코끼리, 돌고래 등이 잘 알아보는 축에 속하고, 개와 고양이, 토끼 등이 더 못 알아보는 축에 속한다고 합니다. 곤충 중에서는 개미가 거울을 인식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거울은 '모범이나 교훈이 될 만한 것'이나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보여 주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의 역사학에선 이 거울이 역사를 비유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과거를 뒤돌아보고 이를 통해 현재의 교훈을 찾는 도구로써 역사를 사용하는 것이 거울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광야 시대에 하나님은 성막 뜰에 있는 물두멍을 만들되 회막 문에서 수종 드는 여인들의 거울로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물두멍은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를 집례하거나 성소를 관리하는 제사장들이 손발을 씻는 장소입니다. 즉 오늘날 욕실에 거울이 있듯이 손발을 씻을 때 자신을 몸 상태 전체를 잘 살피라고 거울 재료로 물두멍을 만든 것 같습니다(출38:8). 유다서에는 소돔과 고모라가 음란한 행동을 하다가 불의 형벌을 받은 것이 오늘날 육체의 정욕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거울 즉 본보기가 된다고 말씀하십니다(유1:7).

 

2021년을 보내면서, 그리고 2022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봤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거울에 우리 자신을 비춰봤으면 합니다. 우리의 마음과 행동이 어떠한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겠습니다. 옷매무새를 위해, 얼굴 화장을 위해, 머리를 다듬기 위해, ...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마다 거울을 더 열심히 보게 됩니다. 아름다우신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가기

위해 우리는 더욱 진지하게 거울을

보아야 합니다.

 

그가 놋으로 물두멍을 만들고

그 받침도 놋으로 하였으니

곧 회막 문에서 수종드는

여인들의 거울로 만들었더라

(출38:8)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