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한국의 신조어 '마기꾼(Magikkun)'을 조명하면서 최근 영국에서 해당 용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마기꾼은 ‘마스크’와 ‘사기꾼’을 더한 합성어로 코로나19 대유행 중에 탄생한 신조어입니다. 마기꾼은 마스크를 착용할 때는 얼굴이 예쁘거나 멋있어 보이지만 마스크를 벗으면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일부러 멋있어 보이려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코, 입, 턱을 모두 가리고 눈만을 바깥에 내놓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볼 때는 눈매만을 보고 인상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코, 입, 턱 등이 눈만큼 멋있게 생기지 않았으면 마스크를 벗는 순간 환상이 날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마기꾼’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가디언은 한국의 유행어 ‘마기꾼’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보다 쓴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영국 카디프대학 심리학 연구 결과도 발표했습니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보다 마스크를 쓴 사람을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마스크는 얼굴 생김새도 가리지만 마음도 가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표정은 감정을 보여주는 창이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얼굴 표정으로 나타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방의 얼굴을 통해서 감정을 파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얼굴을 통해 감정을 읽을 수 있어야 서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모두가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습니다. 부끄럽거나 고통스러운 감정을 숨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어느새 ‘감정맹’이 되었습니다.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감정을 읽는 것에 큰 장벽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마스크는 쉽게 벗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성숙하게 표현하는 것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말을 통해서 심지어는 손짓과 몸짓 제스처를 통해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눈은 물론 목소리나 몸짓을 통해서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서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을 살피기에 더욱 힘써야 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더 잘 배려할 수 있고, 더욱 적절하게 섬길 수 있으며,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

(잠15:23)

 

/홍익교회 담임목사